2. 노숙인들을 쉬게 하다 『SAMUsocial』

  • 입력 2015.06.22 11:30
  • 수정 2015.06.22 11:33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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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하지만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의 또다른 면을 사회적경제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새로운 학습의 기회인 것 같다.

우리가 이동하는 아침에도 개선문과 샹제리제 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인과 젊은 소매치기를 가끔 볼 수 있다. 에펠탑 아래 세느 강변을 거닐고 있는 연인들과 고즈넉한 야외카페에서 식사를 즐기는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것은 프랑스가 안고 있는 역사적, 정치적, 인권적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선 알 수 없을 것이다.
유럽의 사회복지와 노숙인 문제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우리 연수단의 본래 일정에는 없었지만 현지가이드의 추천을 받아 찾아간 곳이 SAMUsocial(www.samu-social-international.com)이었다.
프랑스의 1980년대 ‘빈곤과의 투쟁’에서 주도권을 잡은 민간단체들은 실업자와 빈민을 위한 입소 상담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확대시켜 갔다.

빈곤층 지원단체들은 주로 식료품 배급,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학습지원 및 직업알선, 가계생활유지 지원, 스포츠와 문화예술 활동, 사회주택 입소 안내, 입소보증금이나 임대료 대부 등 생활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노숙인 지원정책은 행정과 민간단체와의 공동 거버넌스 지원체계가 확고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거불안 계층과 노숙인에 대한 사회주택(CHRS)서비스는 민관이 협력하여 활발하게 추진했던 사업으로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럽의 사회주택을 벤치마킹하여 단순한 공공임대주택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을 혼합한 공동체주택 형태로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SAMU-social은 공공부문과는 다르게 책임자와 조직구성이 각 지역 단체의 성격을 반영하여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재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건복지국(DDASS)에 의한 국고보조와 자체 기부금 또는 후원금으로 조달한다.

1998년부터는 ‘반배제법’에 의해 SAMU-social도 국가의 사회부조인 ‘사회주택(CHRS)’서비스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SAMUsocial은 엠마뉴엘리(Emmanuelli)라는 치과의사가 노숙인들의 건강보호를 위해 트럭1대와 직원 1명이 활동하면서 1993년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그는 국경없는 의사회 창립멤버이며 1994년부터 97년까지 주페 보수내각의 인도지원 대신을 맡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 기본적인 목표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자’는 슬로건으로 시작되었다.

존엄성, 시민성, 연대라는 세가지 사회적 미션을 모토로 1998년부터는 국제조직으로 확대되어 13개국 15개 도시에 다양한 활동들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1 : SAMUsocial의 설립자인 엠마뉴엘리는 치과의사로서 노숙자를 위한 쉼터운영을 1993년부터 시작하여 현재는 세계 13개 나라로 확산된 국제적 조직으로 성장시켰다. 또한 국경없는 의사회 창설멤버로 76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파리지부였지만 국제본부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SAMUsocial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운영하는 공공이익단체(CIP)로서 직접 고용된 직원과 함께 국철 등의 공기업이나 공립병원으로부터 파견된 직원, 그리고 실업대책프로그램으로 보조고용된 직원과 의사들을 포함하여 총 500여명이 활동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SAMUsocial의 주요활동은 노숙자들을 위한 115응급전화, 주간쉼터인 ESI,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EMA, 가족노숙자 쉼터인 EMF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긴급의료 간호숙박시설(CHUSI)을 3개소 운영하고 있는데 다양한 분야의 직업훈련과 자원연계를 통한 사회재활을 도모하는 사례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115 응급전화는 전국적으로 운영되며 파리는 SAMUsocial이 담당하고 지방은 적십자나 다른 민간단체들이 참여하며 24시간 무료로 운영된다.
115 응급전화는 우리나라의 119와 비슷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주간쉼터인 ESI에는 의사, 간호사, 정신간호사, 보조간호사, 권익옹호사 등 여러명이 상주하면서 노숙인을 보호한다.
주간 쉼터에서는 아뜨리에, 요리, 미술 등의 직업훈련이나 학습 등을 제공하며 의료서비스도 제공하여 재활을 돕고 있다.

37개의 여성 쉼터와 93개의 남성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리가 부족하여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MA는 봉고차를 이용하여 거리 곳곳을 누비며 노숙인을 만나고 다양한 면담을 통해 자원연계와 치료, 재활 등을 판단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바로 뮈로드(muraude)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운전사 3인이 한조가 되어 거리를 다니면서 노숙인 응급구조 활동을 펼친다. 노숙인들에게 대피소로 갈 것을 권유하고, 거절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음료수와 이불을 제공한다.
이러한 아웃리치 활동은 여러팀으로 나뉘어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사진2 : SAMUsocial의 운영프로그램중 사회복지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아웃리치활동인 EMA사업은 노숙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상담과 치료, 자원연계 활동을 하고 있다. 보통 봉고차를 타고 3인이 한조로 움직인다.

사무국을 방문하면서 우리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기억에 남는 사람은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오드리였다. 프랑스풍 미인이지만 동양적인 수줍음과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사회복지사들이 심야에 어두운 곳을 돌아다니면서 노숙인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웃리치 활동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사회적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이 많아 인간관계의 거부 등의 탈사회적 경향, 정신질환, 약물이나 알콜 등의 의존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는 남다른 사명감과 책임감이 앞서지 않고는 일하기 힘든 분야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가족노숙자 쉼터인 EMF는 23개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부모 가족이나 미혼모 등 노숙 가족들을 인근 호텔과 연계하여 상담과 임시적 거주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가는 곳마다 사회복지와 사회적경제를 비교할 때 항상 재원조달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115 응급전화의 경우 전액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지만 EMA, EMF 등은 기부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SAMUsocial은 사회복지 인력이 대부분이며 노동강도가 높아서 이직도 많고 뮈로드같은 경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국제본부에서 일하는 베트남계 중국인 코디네이터는 페루, 콩고, 세네갈, 다카르 등 세계 13개국 15개도시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SAMUsocial의 국제적인 조직은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수요에 맞게 설립하여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노숙인 유형이 노인이나 이민자라면 아프리카에서는 아동 청소년이 많다고 한다. 반면 남미와 모스크바의 경우는 여성 노숙인이 많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라마다 수요에 맞춰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상담지원 이외에 심리지원, 의료지원, 물품지원 사업 등이 많다고 한다. 직원이 500명이 넘는 것을 보면 조직규모가 짐작이 가지만 외국에서 사무소 개설 의뢰가 오면 사전조사부터 교육 컨설팅은 물론 기업후원과 국제적인 자원연계까지 이루어진다.

SAMUsocial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 15개 도시에 있는 모든 디렉터들을 불러모아 공동세미나와 대학 연계 프로그램 그리고 유럽연합(EU)과 함께 보고서 발간도 하고 있었다.

실제로 EU와 해당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노숙인 보호와 치료사업 등을 하고 있다. SAMUsocial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보다 민관협력모델이 아닌가 싶다.

민간단체가 정부와 협력하여 국제적인 조직을 갖추고 자원연계와 네트워킹 구조를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인류 평화와 노숙인들의 희망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사진3 : SAMUsocial 사무국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파리지부와 국제본부에 대한 사업내용을 차례로 들으면서 질문과 토론이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업무는 베트남계 중국인이 프랑스업무는 오드리가 차례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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